[유머컬럼]방귀 좀 뀌고 살아봅시다!

최규상 유머코치
2023-03-21
조회수 374

매일 아침 아내에게 유머를 나눈 지 20년이 되어갑니다. 당시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땅 속 깊이 파묻힌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희망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때 밥상머리에서 아내와 나눈 유머 하나는 답답한 가슴에 희망의 숨통을 열어줬습니다.

“여보, 지휘자가 왜 손으로 지휘하는지 알아?”
“악기소리를 맞추려고!”
“아냐..지휘자가 소리를 섞고 있는 거래!”
“호호호. 그럴듯하네!”

웃고 나니 기분이 좋아지고 기분이 좋아지니 하루가 활력에 가득 찼습니다. 작고 유치한 유머에서 소확행(笑確幸), 즉 웃음이 확실한 행복의 시작임을 경험한 것입니다.

빅토르 위고는 웃음을 '정신의 방귀'라고 표현했습니다. 웃을 때 마음에 쌓인 두려움과 걱정들이 밖으로 쏟아져 나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정말 힘들 때에도 본능적으로 웃음을 찾습니다.

3년 전 코로나로 전 세계인들이 격리되어 스트레스에 쌓였습니다. 그때 호주의 한 주민이 쓰레기를 버리러 가면서 우스꽝스러운 복장을 했습니다. 그 장면을 찍어 SNS에 올렸는데 사람들은 좋아요를 누르며 응원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도 다양한 복장을 하면서 따라 했습니다.

급기야 미국과 유럽 전역으로 퍼지면서 유쾌한 웃음문화가 되었습니다. 세계적인 “쓰레기통 유머패션쇼(Trashcan fashionshow)"가 된 것입니다. 힘들수록 웃음과 유머의 힘을 활용하면서 마음의 방귀를 뀌는 것은 인간만이 가진 특권입니다. 한숨만 쉰다고, 공포에 몸만 떤다고 두려움과 아픔이 사라지지 않을 때 유머는 자신을 보호하는 탁월한 자기 보호 도구가 됩니다.


미국 블랙유머의 대가인 작가 커트 보니것(Kurt Vonnegut)은 최고의 자기 보호 도구는 유머라고 말합니다. 그는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서 포탄이 쏟아지는 전쟁터의 공포를 경험합니다. 그 와중에서도 지하실에 숨어서 동료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두려움과 공포를 극복했다고 합니다. 이후 그는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유머는 아스피린처럼 마음의 아픔을 달래준다고 강조합니다.어려울 때 웃을 수 있는 것은 용기입니다. 이 용기는 희망을 꿈꾸게 하는 마음밭을 만듭니다. 혼자서 웃으면 개인의 습관이지만 함께 웃으면 문화가 됩니다. 함께 일어설 수 있는 문화가 됩니다.


일제 강점기 상황에서 이러한 웃음의 힘을 알았던 도산 안창호 선생은 일찍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왜 우리 사회는 이렇게 차오?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빙그레’ 웃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겠소! "


실의에 빠진 백성들의 웃음부터 회복시키는 것이 행복의 비법이라 믿고 ‘빙그레 운동’을 펼칩니다. 아이들은 방그레 웃고, 청년들은 빙그레 웃고, 노인들은 벙그레 웃는 웃음이야말로 우리 민족이 가져야 할 본연의 웃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시대는 돌고 돌아 코로나를 넘어섰지만 세계 정세의 불안과 경기 불황속에 살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웃음과 유머로 방귀대장이 되어봄은 어떨지요? 웃으면서 세상의 바람을 훈풍으로 만들어봐요. 오늘도 밥상머리에서 아재개그로 방귀 한 번 뀌고 수저를 듭니다.


“여보! 눈사람의 반대말이 뭔지 알아? 그건 바로 선사람이야!”


출처 : 글. 한국유머전략연구소 최규상 소장 / 라이센스뉴스(http://www.l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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