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유머십] #01.어떻게 하면 아내를 웃게 할까?

최규상 유머코치
2020-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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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 막 잠에 빠지려는데 아내가 조용히 말을 겁니다.
"자기야! 있잖아. 집안에서 바퀴벌레 잡으면 절대 변기통에 넣고 버리면 안 된대요!"

아니! 지금 이 시국에 무슨 뜬금없는 바퀴벌레? 그래도 최대한 친절하게 대답했습니다.
"왜? 변기통에 넣으면 바퀴벌레가 살아 나와?"
"아니, 변기에 넣고 버리면. 수도세 많이 나온대!"    


이 위트를 때리려고 머리를 심하게(?) 굴렸을 아내의 모습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그 정성이 고마워 밀려오는 잠을 털어버리고 조금 과하게 반응해줍니다.

"와! 재미있네. 하하하 반전이 완전히 쩐다! 하마터면 오금 지릴 뻔했다. 하하하" 

께 웃고 나니 꿀잠으로 쑤욱 빠져듭니다.      
다음 날 아침 강아지랑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데 아내가 현관에서 맞이합니다.
오케이! 어젯밤에 유머 한 수 받았으니 돌려줘야죠.

"여보, 오늘 아침 나이키 신고 운동하다 떠올랐는데 나이키 삼행시 해줄 테니까. 운 띄워봐!"

"나"

"나, 이쁘지? 여보!"

"이"

"이쁘면"

"키"

"키스 한 번만 해줄래? "     


나의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최대한 귀염을 떨면서 활짝 웃자 아내가 볼에 뽀뽀 몇 방을 놓아줍니다. 허허허 역시 이 맛이야!   


아침 웃음은 보약 10첩이라는데 아내와 함께 웃으니 마음도 펴지고 가슴도 쫙쫙 펴집니다. 솔직히 한 남편으로서, 가장으로서 아내의 미소 짓는 얼굴을 보면 순식간에 행복감에 빠져듭니다. 뭔지 모를 뿌듯함이 밀려와서 가슴이 벅찰 때가 있습니다. 50대 초반의 남편과 40대 후반의 아내가 우스개를 나누면서 말 그대로 웃음笑通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신기하고 신묘한 일입니다.     

아내의 웃는 얼굴을 보면서 하루를 시작하면 놀랍도록 신나고 유쾌한 하루가 펼쳐집니다. 이 재미에 매일 아내를 어떻게 하면 미소 짓게 할까? 어떻게 하면 아내를 웃겨볼까? 궁리합니다. 그럼 가슴은 저절로 두 근 반 세근반 셀렙니다. 올해 결혼 20년 차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여전히 온몸에 전율이 감돌 정도로 짜릿합니다.  


돌이켜보면 우리 부부는 지옥 같은 부부생활로 지쳐있었습니다. 그 발단은 사업실패로 인한 신용불량이었습니다. 결혼한 지 4년 만에 만난 경제적 어려움으로 저는 깊은 좌절감과 열등감에 빠졌습니다. 나아가 최악의 상황을 초래한 제 자신을 괴롭히면서 끊임없는 자기 학대에 빠졌습니다. 당연히 아내도 멘붕상태에 빠지면서 부부간의 갈등의 골 또한 크고 깊어져만 갔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만으로도 괴로운데  부부관계까지 악화되니 지옥이 따로 없었습니다. 부부의 대화는 말 그대로 늘 "대놓고 화내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서로의 힘든 부분만 말하면서 이해를 강요하니 대화가 되지 않았고 자신의 아픔과 괴로움을 상대방에게 전가시키느라 바빴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아내의 한마디는 제 가슴을 깊고도 깊게 찔렀습니다.
"당신하고 사는 거 재미없어!"


경제적으로 힘들고, 짜증 나고, 괴롭고, 희망이 없는 삶에 대한 한탄이었습니다. 아침부터 이 말에 찔려 피를 철철 흘리는 기분으로 회사에 출근했는데 하루 종일 참담했습니다. 아내의 험악한 표정과 말의 잔상이 계속 떠올라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오후에 무심히 인터넷을 헤매다가 유머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웃으니 그나마 꽉 막힌 감정의 물꼬가 트였습니다. 다음날 아침. 잠에서 막 깨어나서 아내를 바라보는데 마침 아내도 눈을 뜨면서 저를 바라봅니다. 순간 어제 웃었던 유머가 떠올랐습니다. 

"당신 결혼했어?"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는 한마디에 아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한 손으로 제 이마를 만집니다.

"왜 그래? 어디 아파?"


놀란 아내 얼굴에 대고 제 인생 첫 번째 유머를 던졌습니다.

"아니.. 별건 아니고 당신이 하도 이뻐 보여서 한번 꼬셔보고 싶어서!"     


아내가 갑자기 빵 터집니다. 그러더니 만면에 웃음을 한 가득 채우고서는 옷을 입고, 아침을 준비하는 내내 콧노래를 부릅니다. 기분 좋게 식사하고 출근하는데 아내가 현관에서 손을 흔들면서 잘 다녀오라고 말합니다. 와우! 그날 아침의 출근길은 룰루랄라~ 학창 시절 봄소풍 가는 기분이었습니다. 회사에서 모니터를 켰는데 아내의 웃는 얼굴이 자꾸만 모니터에 어른거렸습니다. 하루 종일 기분 좋게 일하면서 또다시 유머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다음날 아침에도 아내에게 유머를 시도했습니다.

"여보 오늘은 옷 예쁘게 입어! 경복궁에 가자!"

"갑자기 왠 경복궁이야?"

"응.. 별건 아니고.. 처갓집 안 가본 지 오래된 것 같아서!"     


아내는 전혀 예상치 못한 나의 대답에 배시시 싫지 않은 웃음을 지었습니다. 대성공이었습니다. 아침에 한번 웃고, 웃어주는 재미에 서서히 맛 들이기 시작하면서 매일 아침 밥상머리에서 유머를 주고받기 시작했습니다. 아침밥과 함께 웃음 밥을 함께 챙겨 먹게 되면서 우리 부부는 점차 잃어버렸던 기쁨을 되찾았고, 점차 바닥을 기던 자신감을 일으켜 세웠습니다.


천년의 어둠도 한 자루의 촛불이면 충분하다는 말이 있듯이, 아침 웃음 한 번이 하루를 환하게 밝히고 반짝이게 했습니다. 지긋지긋한 대화가 나긋나긋해져 갔습니다. 지옥 같았던 부부대화도 뚫리기 시작하고 멀어졌던 서로에게 조금씩 다가갔습니다. 이렇게 우리 부부는 벌써 15년째 아침 유머를 주고받고 있습니다.  짧고 유치한 아재개그 하나는 우리 부부가 다시 희망을 품을 수 있게 했습니다. 성냥불처럼 잠깐 타올랐다가 사라지는 짧은 유머였지만, 함께 나누는 기쁨은 엿가락처럼 길었습니다.      


일상의 가장 큰 관심사는 오늘 어떻게 하면 아내를 웃겨볼까라는 질문 하나로 모아졌습니다. 신기하게 질문을 품자 재미있는 유머들이 몰려왔습니다. 유머는 빨간 운동화 같았습니다. 예전에 빨간 운동화를 샀습니다. 빨간 운동화를 신은 날이면 온통 빨간 운동화만 눈에 들어오듯이 아내를 어떻게 웃길까 생각하니 유머만 보이고 웃기는 방법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점차 질문은 고급스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아내를 웃겨볼까"에서 

"어떻게 하면 아내를 미소 짓게 할까?"

"어떻게 하면 아내를 즐겁게 할까?"

"어떻게 하면 아내를 행복하게 할까?"

"어떻게 하면 아내를 감동하게 할까?"라는 질문으로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들도 아마 위의 질문들을 모두 해봤을 겁니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기 시작할 때 이 질문은 결코 피할 수 없게 됩니다. 왜냐하면 사랑의 본질은 이 질문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몇 가지 사랑의 방법을 도전하면서 상대의 마음을 얻고, 결혼까지 하게 됩니다. 하지만 결혼하자마자 이 질문들을 잊어버립니다. "누가 잡아놓은 물고기에 먹이를 주느냐"라는 변명을 들이대면서! 언제 이 질문을 했냐는 듯이 깡그리 까먹게 되면서 사랑전선에는 먹구름이 끼게 됩니다. 도대체 사랑은 어디에 갔는지 삭막한 사막같은 가정만 남게 됩니다. 먹고사는데 바쁜데 무슨 사랑타령이냐고 오히려 핀잔을 주기까지 합니다. 먹고사니즘 앞에서 사랑은 힘을 잃었습니다. 어떻게 아내를 기쁘게 할까?라는 질문은 이미 사치일 뿐입니다.


하지만 하루에 30초만 노력하면 천국이 오롯이 내 가정에 내려앉는데, 그냥 그럭저럭 생존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아깝습니다. 매일 웃고 살면서, 가슴까지 셀레는 방법이 있는데 무덤덤하게 살기에는 너무 억울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30회에 걸쳐 사랑을 잃어버리고, 잊어버린 대한민국 남편들에게 제가 경험한 "다시사랑"의 노하우와 마인드를 나눌까 합니다. 세상이 번잡하고, 빠르게 흘러갑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다시금 붙잡아야 할 것이 사랑입니다. "제가 해봤더니...."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것은 '사랑의 기쁨'이었습니다. 아내를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유머와 용기를 나눠드리고자 합니다. 이제 해가 바뀌면 저는 53살이 됩니다. 오늘도 제가 행복한 이유는 내가 사랑할 사람이 있고, 사랑할 용기가 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한 달. 저와 함께 당신이 꿈꿔왔던 인생과 사랑에 다시 한번 도전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미국 최고의 토크쇼 진행자인 제이 레노(Jay Leno)는 말했습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행복한 결혼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에게 웃음을 주는 유머감각이라고요. 먼저 아내를 웃기는 남편의 유머감각부터 시작해볼게요. 내일을 기대해주세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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