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컬럼][유머감각교실] 개그우먼 이영자에게서 배우는 생생표현유머기법

최규상 유머코치
2020-03-23
조회수 4721

"소 한 마리를 집어삼킨 느낌이다. 부자가 된 것 같다."

작년 초. 우연히 MBC예능프로그램인 전참시(전지적 참견시점)을 보다가 빵 터졌습니다. 개그우먼 이영자 씨가 횡성한우로 만든 떡더덕 스테이크를 먹으면서 감동하면서 먹다가 내뱉은 표현입니다. 스테이크가 얼마나 맛있고 푸짐했으면 저런 표현을 할 수 있을까? 도대체 얼마나 맛있고 영양가가 있길래? 시청자의 웃음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고급스런 비유 표현입니다. 이후 유심히 이영자 씨의 멘트를 살펴보면서 그녀만의 독특한 유머센스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영자 씨는 2018년과 2019년 방송계의 블루칩으로 떠올라 MBC 예능계를 살리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 덕분에 2018년 방송계는 개그우먼 이영자의 세상이었죠.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MC로서 활약하면서 그녀는 완전 대세가 되었습니다. 그녀의 한마디는 어록이 될 만큼 재미있고 인상적었어요. 특히 전지적 참견시점(전참시)에서는 그녀만의 독특한 표현법으로 시청자를 들었다 놓았다 하며 최강의 말빨을 선보였습니다.


덕분에 그녀는 2018 KBS 연예대상과 2018 MBC 방송연예대상을 동시에 수상한 최초의 여성 엔터테이너가 되었습니다. 1991년 데뷔 이후 27년 만에 이영자는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 한 거죠. MBC연애대상 시상식에서 그녀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전설적인 야구선수 요기베라의 멘트로 자신의 기쁨을 대신합니다.


유캐남 시리즈 첫번째 글로서 이영자씨가 출연한 전참시의 멘트속에서 유머감각 기법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녀에게서 배우는 3가지 유머감각 기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누구나 한번 도전하면 성공확률이 높은 기법입니다. 


이영자에게서 배우는 첫 번째 유머감각비법은 "실감 나는 비유법"입니다.


그녀는 수제 어묵을 먹으면서 어묵의 싱싱함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물고기들이 입에서 돌아다녀! 너무 싱싱해!" 

그리고 이어지는 한마디는 이영자만의 시그니처 표현이 됩니다.

"첫 입은 설레고, 마지막 입은 그립다" 


맛있는 오징어 다리를 먹을 때의 비유도 웃음을 만들어냅니다.

"이 오징어 다리 맛을 모르는 것은 피카소 그림을 알지 못하는 것과 같다"     


마장휴게소에서 이천쌀밥을 먹으면서 하는 표현은 상황에 적합한 최고의 비유입니다.

"소중한 땀을 모아 정성스럽게 밥상 위에 올린 느낌이다. 한마디로 양반이 되는 느낌, 귀중한 사람이 된 느낌이다"


그동안 어느 누구도 이렇게 비유한 사람은 일찍이 없었습니다. 그녀만의 비유법은 매우 쉽고 세 살 먹은 아이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합니다. 이영자식 비유법을 활용해서 자신의 기분, 감정, 맛 등을 표현하는 연습을 한다면 멋진 표현을 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도 상상하지 못하는 독특한 비유에서 웃음을 터뜨리는 기술은 유머감각의 가장 고급진 핵심기술입니다! 


이영자에게서 배우는 두 번째 유머감각비법은 "구체적 묘사법"입니다.


 이영자가 서리태 국물을 먹으면서 했던 비유는 정말 실감 나서 웃음이 터집니다.

"서리태를 먹었을 때 온몸에 쫘아악 흡수되어 머리로 에너지와 올라와 두피의 약한 부분에 에너지가 촘촘히 쌓여서 머리가 나는 듯한 느낌이다"


서리태콩에는 단백질이 많아서 탈모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것인데 어떻게 이런 표현을 사용할 수 있는지 놀랍기만 합니다. 강릉휴게소에서 초당두부 황태해장국을 먹을 때는 이렇게 묘사합니다.

"영양이 응축된 황태가 몸의 말초신경을 다 깨우는 맛이다"


평소에 짧았던 감정표현을 조금만 구체적으로 표현해보는 연습을 해보면 어떨까요? 기분이 정말 좋다는 말을  '오늘은 에베레스트 정상을 정복한 기분이다'라고 표현해보는 것처럼요. 처음에는 조금 약간 식상(?)하겠지만, 조금씩 표현이 세련되어갈 것입니다.


이영자에게서 배우는 세 번째 유머감각비법은 "오감 표현법"입니다.
그녀는 소리를 묘사한 의성어 표현에 아주 익숙합니다. 또한 동작이나 모양, 형태를 묘사한 의태어를 다양하게 활용합니다. 이렇게 의성어와 의태어를 적절하게 온 몸으로 표현하는 오감 표현법의 진정한 고수입니다. 특히 상황에 맞는 감탄사를 던짐으로써 에너지를 끌어올리면서 웃음을 만들어냅니다.  이영자 씨가 보성녹차 휴게소 꼬막비빔밥을 먹을 때는 온몸으로 맛을 표현합니다. 

"꼬막살이 쫘악 올랐을 때 꼬막반, 밥 반 해서 양념장 촤악 해서 쓰윽 비벼서 입에 촤악 한 입 넣으면 나 잘 살았다. 오늘 떠나도 여한이 없다!" 


비비는 장면, 입에 넣는 장면을 멋진 실감 나게 표현하면서 공감을 끌어내는 실력에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낙지 누룽지탕을 먹으면서 하는 표현을 살펴볼까요?

 "누룽지에다 청양고추 송송송 썰어 넣고 계란으로 쏴악 풀어가지고 쏴아악 끓을 때 낙지 타악 넣고 들기름 바로 짠 거 두어 방울 타악 넣고 쫘아아아악 한 그릇 먹어주면 바로 잠 오는데"


그녀만의 독특한 의성어와 의태어, 감탄사는 시청자들도 입맛을 다시게 하면서 입꼬리까지 들썩이게 합니다. 특히 어른이 되면서 사용하지 않았던 매력적인 의성어와 의태어를 사용하면서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그녀만의 특기입니다. 


자신의 오감을 실감 나게 드러낼 때 그녀는 온몸으로 표현합니다. 손과 발, 어깨, 고개 등으로 시각적인 제스처를 표현하고, 코와 손으로 후각적 느낌을 극대화시킵니다. 나아가 흥미 넘치는 표정으로 다양한 맛을 연기하면서 시청자들의 상상력에 불을 지릅니다. 이영자 씨는 이 세 가지 외에도 자신만의 독특한 어록으로 시청자들이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가슴을 따뜻하게 합니다. 


"한번 본 사람은 잊어도 한번 먹은 음식은 못 잊는다." 

"식탐은 있고 시간은 없다"

"마음먹은 일이 안 될 때는 만만한 꿈부터 꿔라"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음식의 맛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그녀의 표현법은 정말 연구가치가 있습니다. 그동안 유머를 연구하면서 유머와 위트 등으로 사람을 즐겁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영자 씨는 그런 유머 하나 없이도 시청자의 이목을 끌어당기면서 웃음이 터지게 합니다. 이러한 그녀만의 표현법으로  유쾌한 브랜드를 만들어냈습니다. 


오늘 살펴본 이영자식 맛깔 표현법 3가지를 일상 속에서 연습해본다면 누구를 만나든, 무엇들 하든  상대를 즐겁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외워서 하는 유머나 위트보다 더 생생한 웃음을 만들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표현을 연습하다 보면 더 많이 감동하고 감탄하면서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즐기면서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글을 접으면서 이영자가 군부대에서 한 병사의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이 말속에는 참 많은 지혜가 녹아있습니다. 

병사: 어떻게 하면 말을 잘할 수 있을까요? 

이영자: 많이 해봐야지!


이영자 씨는 하나의 표현으로 사람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이 연습했을까요! 아마 최적의 표현을 찾고자 수많은 시도를 했겠지요. 유머 없이도 남들을 즐겁게 하는 고급진 센스를 갖고 싶나요? 자 이제 독자님의 몫입니다. JUST DO IT!! [작년초에 작성했던 글을 약간 수정해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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